정말 오랫만에 포스팅이네요. 1월 1일 새해에 오랫만에 와이프랑 바깥 데이트를 했습니다. 오랫만에 같이 극장에서 범블비를 보고 왔습니다. 트랜스포머의 중증 오타쿠였다가 시리즈가 몰락하는 것을 눈물겹게 지켜 본 사람으로서 정말 반가운 영화였습니다.
범블비 메인 포스터
트랜스포머의 흥망
2007년에 트랜스포머가 개봉했을때가 생각납니다. 트랜스포머의 예고편을 보고, 변신로봇이 영화로 나온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해서(트랜스포머에 대해 1도 몰랐음. 그냥 진짜 말 그대로 신기해서) 고3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야자를 째고 영화관으로 달려갔었죠! 제 인생 최초의 덕질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영화를 '눈과 귀가 즐거워야한다 / 시간 가는줄 몰라야 한다 / 여운까지 있으면 더 좋다' 이렇게 3가지로 판단하는 저로서는 그 당시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사실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당시 혁신적인 그래픽, 남자들의 로망인 변신 로봇을 최초로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 흥분했을거에요.
지금봐도 혁신적인 옵티머스 프라임의 변신장면
2007년 고3, 2009년 이등병(!)의 신분으로 각각 트랜스포머 1,2를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참고로 트랜스포머 5부작 중 로튼토마토 지수가 가장 훌륭한게 트랜스포머 1탄인데, 그것도 사실 50% 수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번 범블비는 로튼 토마토 지수가 무려 94%에 육박한다는 점! 전통적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세심한 스토리와 연출, 개연성보다는 화끈하게 때려부는 액션과 CG맛으로 보는 영화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2탄까지는 적절하게 먹혀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3탄 이후로 무리수가 남발되기 시작하며 점점 몰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하죠. 말 그대로 흥행은 보장되지만 작품성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시리즈물 그 자체였습니다.
기존 트랜스포머 대비 강점
※ 동글동글한 범블비 / 알록달록한 디셉티콘
강철의 사나이같은 느낌에서, 동글동글 귀요미로
범블비 디자인 변화가 보이시나요? 기존 시리즈에서는 말 그대로 뾰족하고 각진것이, 얼굴은 그나마 순둥순둥하지만 영락없는 살인전투기계같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의 메인 주제는 전쟁이 아닙니다. 사춘기를 맞은 10대 소녀와의 감정선이 강조된 영화이다보니 전체적인 디자인이 너무나 귀엽게 변했습니다. 물론 실제 원작의 범블비는 오른쪽의 모습이 더 유사하긴 합니다. 이러한 레트로(?) 감성이 기존 트랜스포머 원작 팬들의 감성 또한 자극했겠네요.
디셉티콘이 파란색과 빨간색입니다. 기존 시리즈에선 온통 잿빛이라 누가 누군지...
개인적으로 가장 강력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트랜스포머 5부작이 액션씬에서 욕을 먹는 가장 주요한 이유중 하나는 '뭔가 많이 터지고 액션씬 같긴 한데, 정신이 하나도 없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라는 거였죠. 기계들끼리 맞붙어서 정신없이 싸우는데, 오토봇은 알록달록해, 디셉티콘은 온통 잿빛이야, 생긴것도 비슷비슷해, 카메라는 정신없이 휙휙 돌려대... 누가 어떻게 때리고 어떻게 맞는건지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범블비가 디셉티콘과 싸울때, 자동차로 변신해서 추진력을 얻은 뒤 로봇으로 변신하며 어퍼컷을 날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에서 감탄이 나왔습니다. 깨알같지만 변신했을때의 비클모드를 활용한 액션 등. 대체로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그저 특색없이 총으로 쏘고, 칼로 찌르고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게 사지를 찢고 머리통을 뽑는게 전부였죠. 물론 액션의 스케일(도시가 통채로 파괴되거나, 집채만한 건물이 무너지거나)은 전작들에 비해 다소 작아졌다고 할 수 있으나 적어도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지 않고, 싸우는 모습이 제대로 보여서 너무 좋았습니다.
※ 소녀와 범블비의 우정
호불호가 많이 갈릴 부분일 것 같긴 합니다. 기존의 트랜스포머 영화는 `변신로봇+악당+미군만세+도시폭파 = 이겼다!` 였습니다. 이번 스핀오프 작품은 이런 특성에서 벗어나, 감성적인 부분을 힘껏 자극합니다. 미군은 일체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악당들에게 낚이는 무능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단순히 악당들을 잔인하게 도살하면서 승리의 쾌감을 느끼는 영화가 아니라는 거죠. 범블비와 소녀가 함께 성장하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좋았습니다.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희대의 명작 터미네이터2와 비슷한 느낌도 드네요.
기존 시리즈 대비 아쉬운 부분?
※ 중간에 루즈해질 수 있다, 억지 감동은 덤
기존 시리즈의 화끈한 액션과 폭파씬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신다면 아마 실망하실 것 같습니다. 성장기 소녀와 기억을 잃은 범블비가 만나 서로 성장을 이루어내는 드라마를 그리는 과정에서 잠시 액션은 실종됩니다. 소녀의 트라우마, 가족과의 갈등... 이러한 내용이 설명되는 장면에서 약간 루즈해질 수도 있습니다. 지구에 낙오되어 기억을 잃은 로봇병사와, 가족과의 관계에서 트러블을 겪는 10대 소녀가 만나 성장하고 갈등을 해결해서 아름다운 이별을 한다? ET나 아이언 자이언트, 빅 히어로등과 같은 영화에서 흔히 봐온 가족영화의 클리셰이긴 하죠. 보는 사람에 따라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주인공이 숨은 쓰레기통이 미사일에 맞아도 멀쩡하고, 뜬금없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다이빙대에 서는...? 감동적인 장면이 있으나 사실 감동적이진 않고 어거지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미군, 섹시걸, 학살로만 점철된 기존의 트랜스포머라는 주제로 이 정도 스토리를 뽑아낸 것만 해도 선방했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어쨌든 저는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이 작품을 계기로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으면 하는 변신로봇의 팬이며, 이 영화와 앞으로 나올 후속작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를 본 저의 최종 감상평은 아래와 같습니다.
변신로봇+성장기 소녀+시련 = 연말에 아주 보기 적당한 가족영화.
기존 트랜스포머의 몰락이 안타까운 올드팬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 듯 함.
트랜스포머를 좋아하던 저나, 트랜스포머에 대해 1도 모르는 와이프. 둘 다 재밌게 볼 수 있었음.
레드 데드 리뎀션2 : 위대한 이야기가 주는 힘과 몰입도 (0) | 2022.02.07 |
---|---|
[넷플릭스 후기] 지금 우리 학교는 - 연휴/주말 킬링타임용으로 굿 (0) | 2022.02.03 |
[영화리뷰 #2] 캡틴마블 - 잘 만든 페미니즘 영화 (0) | 2019.03.14 |
[예고편 분석] 스파이더맨 : 파프롬홈 티저 예고편 공개! (0) | 2019.01.16 |
[취미생활] 나의 인생취미, 스윙댄스란? (0) | 2019.01.03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