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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후기] 지금 우리 학교는 - 연휴/주말 킬링타임용으로 굿

대중문화

by 북북북북 2022. 2. 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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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 웹툰 초창기에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웹툰이 항상 상위권에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좀비물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저는 그 당시 보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기에는 갓 웹툰들이 넘쳐났었거든요. 대충 떠오르는것만 해도 신과함께, 목욕의 신, 역전 야매요리, 마음의 소리, 죽음에 관하여, 질풍기획 등등...

 과거 작품들에 비하면 확실히 요즘 웹툰 라인업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늙어서 꼰대가 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작품이 54개국에서 1위를 달성했습니다.

 저도 연휴 기간 반응이 좋길래 아내와 함께 집에서 12화를 정주행 하였는데요. 감상평을 간략히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장점부터 갑니다.


**학교라는 배경의 신선함

 제가 알기로 학교 배경의 좀비물은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좀비물하면 떠오르는 실험실(레지던트 이블)이나 대형 마트(새벽의 저주)같은 정형화된 장소가 아니라 배경이 참신해서 그런지 기존 작품들과 다른 참신함이 느껴졌어요. 이는 협소한 공간이 주는 공포함을 극대화한 "부산행", 조선시대라는 생소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킹덤"의 장점과도 일맥상통 하겠네요.

 학교에만 있는 특수한 장소들, 이를테면 급식실, 방송실, 음악실, 과학실, 체육관 등등을 활용하여 좀비들과 싸우고 탈출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흥미로웠습니다.

 방송실에서는 음향시설을 활용하여 좀비를 유인하고, 음악실에서는 북과 깽과리 등을 이용하여 좀비를 유인하는 행위들이겠죠.

**나름대로 임팩트있게 녹여낸 주제의식

 좀비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오게 된 원인은 학교폭력입니다. 이를 강조하여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1화부터 상당히 강한 수위의 학교폭력 장면을 넣어두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하네요. 뭐 수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임팩트있게 전달하고자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여중생 집단 폭행 이런 기사들 보면 실제 세상의 학교폭력은 드라마에서 표현된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하더라구요. 

 다만 아쉬웠던 점은 1화 때 학교 폭력에 대한 썰을 그렇게 풀어놓고 마지막에는 흐지부지 된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피해자는 결국 피해자로 남고 빌런으로 나오는 악당은 결국 본인의 복수를 성공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엔딩이었습니다.

**초반 좀비 사태의 연출력

 확실히 우리나라가 좀비물을 잘 만든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이 작품을 보기 이틀 전에 TV에서 좀비 명작 "새벽의 저주"를 방영해주길래 봤거든요? 물론 2004년에 나온 영화와 2022년에 나온 드라마를 비교하는게 무리라는 것을 알지만 좀비 사태의 연출력 하나는 헐리우드를 뛰어넘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특히 감탄했던 장면이 초반 식당에서의 롱테이크씬이에요. 사실상 중간중간 끊어서 롱테이크씬은 아니긴 했는데, 기술적으로 잘 끊어서 그런지 롱테이크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식당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몰려드는 좀비떼가 주는 극한의 공포감을 적나라하게 잘 표현한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장점 세가지를 적어보았는데 모든 장점들이 안타깝게도 모두 극 초반에 몰려있네요. 단점을 예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안타깝게도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져서 안타까웠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쭉쭉 빠지는 힘

 점점 지루해지더니 마지막에는 폰을 보면서 보는둥 마는둥 하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느낀게, 사람의 공포감과 스릴을 자극하는 좀비물은 12화라는 호흡이 좀 긴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킹덤을 정말 재밌게 봤었습니다. 6부작이죠. 부산행과 새벽의 저주, 월드워 Z. 단편 영화입니다.

 좀비 사태가 주는 인물간의 갈등과 사회의 붕괴, 그리고 결론까지 12화라는 흐름 자체가 좀 긴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고립 -> 갈등(싸움) -> 탈출 -> 도망(희생자 발생) -> 장소만 바뀌어서 다시 고립"의 형태를 계속 반복합니다.

 음악실까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는데 그 이후 옥상부터는 너무 비슷한 내용과 장면, 대사들이 반복되고 있어서 지루함이 확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옥"도 6부작인데 형사가 중심이 되는 1~3화, 기자가 중심이 되는 4~6화 이런식으로 사실상 두개의 파트로 나눠진 부분이 매우 신선하더라구요. 지우학도 이런 식으로 에피소드를 구상해봤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중간중간 등장인물이 삭제가 되는 부분도 아쉬웠어요. 양궁부 남자 후배의 경우 전투력도 가지고 있고 존재감도 상당한데 무리에서 낙오되어 좀비가 되지만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김진영 배우님이 연기하신 김지민 캐릭터도 극 중후반까지 제법 큰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부모님이 좀비가 된 것을 확인하고 자살시도까지 하고, 소소하게 갈등도 빚어내는 패닉에 빠진 평범한 여고생을 잘 보여주었죠. 하지만 지민이도 낙오되서 좀비가 되는데 등장인물들 중 그 누구도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이럴거면 처음 이삭이랑 경수가 좀비되었을때 왜 이렇게 울고불고 한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예민해지고 친구가 좀비가 되는것에 무덤덤해지는 것을 그리고 싶었던걸까요?

**임팩트있는 장면의 부재

 좋은 작품은 항상 임팩트있는 명장면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워Z의 경우 벽을타고 오르는 좀비떼들이 있었습니다. 부산행에서는 마동석이 초인적인 괴력으로 문을 잡고 희생하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킹덤은 말할것도 없이 안현 대감 좀비 등장씬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지우학은 딱히 떠오르는 장면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학교라는 배경과 작중 미성년자인 등장인물들, 그리고 신인배우들로 구성된 작품의 한계일까요? 마지막에 청산이가 희생하는 장면을 좀 임팩트있게 잘 뽑아냈다면 지루한 후반부에 신선함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비웃는게 아니라 뒷 대사가 기억이 안납니다) 하고 뛰어다니다가 결국 잡혀서 눈알이 파이고 폭격에 사망하는 엔딩은 좀 아쉬웠습니다.

**아쉬운 엔딩

 학교폭력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주고 싶었다면 관련된 내용으로 엔딩을 내는게 어떨까 했습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윤귀남이 결국 주인공 일행을 이겨내지 못하고 비참하고 잔인하게 죽거나, 늦게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정 안되면 학교폭력의 피해자 역할인 은지가 윤귀남을 찾아가 복수를 하는 식의 엔딩이었다면 어땠을까요?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귀남은 전혀 갱생하지 않고 칼로 좀비들을 썰고 다니며(이 과정은 오히려 행복해보이기까지 함), 애꿎은 사람들까지 죽여버립니다. 심지어 시청자들이 가장 몰입을 많이 했을 캐릭터인 청산이를 끝까지 쫒아가 결국 산채로 눈알을 파내는 복수를 성공합니다. 이건 악당, 학교폭력 가해자가 이긴 엔딩인거죠.

 반면 피해자인 은지는 학교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전혀 해결하지 못합니다. 교무실에서 휴대폰을 깨 부수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죠. 교무실에 불을 지르지만 스프링쿨러가 켜져서 다시 꺼집니다. 결국 그녀는 트라우마를 전혀 해결/극복하지 못하고 유일하게 본인을 도와주던 철수를 산채로 물어 뜯는 괴물이 되고 맙니다.

 다른 부분들도 아쉬운게 많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찝찝한 엔딩이었습니다. 완전 마지막에 남라가 블랙 위도우가 되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인터넷 여론을 보니 웹툰에 비해 좀 아쉽다는 내용이 많이 보여서 웹툰을 열심히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있긴 했지만 확실히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먹히는 컨텐츠를 잘 뽑아내는 것 같아요.

 김구선생이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드높은 문화의 힘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셨었는데, 기생충이나 BTS, 오징어게임과 같은 문화 컨텐츠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니 참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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