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도서 리뷰 - 팀 마샬의 [지리의 힘]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독후감

by 북북북북 2022. 1. 30. 21:50

본문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유튜브의 광고 때문이다. 나는 "지식 해적단"이라는 유튜브를 굉장히 즐겨본다. 유튜브는 역시 지식 유튜브가 최고다. 그리고 원래 세계사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유튜버는 지도를 보여주며 설명하는데 퀄리티가 엄청나다. 이 유튜버가 광고하길래 그냥 바로 읽었다.

 기존에 총균쇠라는 책을 읽었다. 매우 감명 깊게 읽었다. 정~말 간단히 요약하자면, 스타팅 포인트에 따른 각 민족의 흥망성쇠에 관한 내용이었다. 지리의 힘은 이 총균쇠와도 약간 느낌이 비슷하다. 하지만 총균쇠가 인류 역사의 시발점부터 시작해서 장대한 역사를 읊어준다면, 지리의 힘은 비교적 최근 정세에 맞춰 설명을 한다.

 이 책은 지구의 모든 대륙을 빼놓지 않고 다루지만, 그랬다가는 독후감 분량이 너무 길어질 것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국, 일본, 중국 정도만 다루도록 하겠다.


한국 :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되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썩 좋지않은 스타팅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대륙인 유라시아 대륙과 가장 거대한 해양인 태평양이 맞붙어있는 반도라는 특성. 그리하여 역사적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다.

 18세기에 한국이 스스로 설정한 별명 중 은자의 왕국이라는 별명이 있다. 이는 수 세기에 걸친 정복과 점령, 혹은 어디론가의 경유지의 대상이 된 뒤에 지긋지긋한 손사래를 치며 스스로 고립을 택하며 나온 명칭이다. 스스로 자처한 고립은 결국 늦은 문호 개방으로 이어져 일본의 식민지배와 열강의 분할통치, 6.25 전쟁이라는 비극을 거쳐 지금의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륙세력의 입장에서 압록강을 건너기만 하면 바다까지 걸림돌이 없다. 예를 들면 몽골제국의 침략과 병자호란이 있을 것이다. 6.25 때도 순식간에 낙동강까지 방어선이 밀렸다. 반대로 해양세력의 입장에서는 바다만 건너면 대륙까지 걸림돌이 없다. 예를 들면 임진왜란이 있을 것이다. 당시 군주였던 선조는 압록강 아래 신의주까지 피난을 가야 했고, 명나라로의 몽진을 요청했으나 "아무리 조선이 약해도 하나의 국가인데 이렇게 순식간에 뚫릴 리가 없다. 왜놈과 조선이 같은 편인 것으로 추정되니 몽진을 윤허해선 안된다."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군사력이 약하고 강하고 그런걸 따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중 단연 으뜸은 천연 요새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히말라야 산맥의 보호를 받는 인도, 험난한 정글/사막으로 인해 제국의 무덤이라 불리는 베트남/아프가니스탄, 섬으로 이루어져 바다의 보호를 받는 영국, 일본 등의 예시를 들 수 있겠다. 압록강, 한강, 낙동강? 전면전 상황에서 보급 라인 확보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 개마고원, 백두산, 태백산맥? 각 세력의 멸망전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현재로 돌아와보자. 현재도 대한민국은 일본, 대만 등과 더불어 미국 입장에서 대중 최전방 요충지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남한 주도 통일한국과 국경을 맞대기는 싫을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주도 통일한국과 국경을 맞대기 싫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분단의 비극을 겪고 있지만 초강대국들 입장에서는 훌륭한 완충지대이자 최후의 방어선 역할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전 세계의 열강들은 안다. 현재 이 곳에서 잘못된 타이밍에 잘못된 답을 냈다가는 심하게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남한과 북한의 전면전은 곧 미국/일본 vs 중국/러시아의 전면전을 의미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전면전이 아니라도 북한의 붕괴로 인한 테러리즘이나 난민 등의 사태만 발생한다고 해도 매우 속이 쓰리고 골치가 아플 것이다.

일본 : 최대 고민인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군사적 동맹을 맺다.

 일본은 지리적 특성에 의해 한국과는 매우 다른 길을 걸어왔다. 운이 좋았다는 얘기다.

 최단거리로만 봐도 일본은 유라시아 대륙으로부터 193km 떨어져있다. 중국과의 거리는 804km. 본토 침략을 받은 역사가 없다. 이렇듯 서쪽(중국)과 북쪽(러시아)의 위협은 제한적이었고, 남동쪽과 동쪽으로는 태평양이었다.

 바다와 지리로 대변되는 천연요새는 끝없는 내전으로 그들의 호전성을 키우게 했고, 결국 2차 세계대전의 패권국으로 일본을 떠오르게 했다. 만약 미국이 일본 본토를 쉽게 공격할 수 있었다면(보급 라인 확보가 가능했다면) 히로시마/나가사키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미국은 오키나와 점령과 더불어 핵을 투하, 일본의 항복을 이끌어냈다. 미국 입장에서 일본은 죽여버리고 싶은 끈질긴 적이었지만, 일본의 위치는 대만과 더불어 공산주의 세력의 동진을 막아낼 주요 거점이었다. 결국 일본은 6.25 전쟁의 전후 효과를 확실히 누렸으며, 미국의 도움으로 세계 최강국 중 하나로 다시 부활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임진왜란때도 그들은 바다를 건너 정복을 감행했고 한반도를 황폐화시켰지만, 일본 본토는 전장의 무대가 아니었기에 전후 피해는 미미했다. 그리고 그들은 도쿠가와 막부의 통치 아래 내실을 쌓고 문호를 개방하여 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식민지가 아닌 열강이 되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지금은 동맹일지라도 일본 극우 세력에서 주장하는 자위대의 재무장 등의 이슈를 가벼이 넘겨서는 안된다.

 하지만 일본은 현재로선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이며 우방이다. 반일 감정은 우선 배제했다. 아무리 북한이 한민족이고 일본이 싫어도 우리는 미국, 일본과 함께 자유세력에 포함되어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적다 보니 정리가 안된다. 이 부분은 어떻게 적어도 만족스럽지 않다. 일본과의 관계는 정말 어렵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이것만큼 우리 입장에서 일본을 가장 잘 표현한 글귀가 또 있을까.

 중국 : 4천 년 만에 대륙의 나라에서 해양 강국을 꿈꾸다.

 중국은 쭉 대륙 세력이었다. 스스로 천하(天下)를 운운하며 대륙 세력을 자처했고 굳이 해양 세력이 될 필요가 없었다. 끝도 없는 광활한 영토와 14억의 인구가 있으니까.

 서쪽 경계선을 보자. 북쪽으로 고비 사막이 있고 그 아래로 내려오면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 산맥이 있다. 동쪽 경계선은 어떨까? 북쪽엔 러시아 극동 지방의 험준한 산맥이 있고 아래로 내려오면 남중국해와 황해가 나온다. 그 아래로는 라오스, 미얀마와의 험준한 정글 지대가 나온다.

 하지만 대륙 세력은 한계가 있다. 지금도 중국은 신장 위구르, 티베트, 대만 등 영토 경계선의 전략 영토 상실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 거점들을 지키며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자급자족과 바다에 대한 재해권 확보가 필요하다.

 그래서 중국은 바닷길로 인도양을 거쳐 지중해와 유럽을 잇는 일대, 남중국해를 통해 남태평양 및 유럽을 잇는 일로. 즉 일대일로 사업을 역점사업으로 두고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바다에서의 재해권을 확보하기 위해 남중국해의 대만, 홍콩의 독립 열의를 분쇄하였으며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과의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대만, 즉 중화민국은 냉전 시절 미국의 턱밑에 있던 쿠바, 소련의 턱 밑에 있던 터키와 같이 중국 입장에서 매우 거슬릴 것이다.

 앞으로도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에너지의 흐름, 즉 남중국해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 노력하겠지만 시진핑 독재 체제에서 국가의 방향성 자체가 거꾸로 가고 있어서 어찌 될지 잘 모르겠다.

미국 : 지리적 축복과 전략적 영토 구입으로 세계 최강국이 되다.

 미국 본토는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인해 기후가 비슷하여 교류가 용이한 동서로 긴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마저도 기후가 유리한 북반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본토의 양 옆으로는 지구에서 가장 큰 태평양과, 그다음으로 큰 대서양을 접하고 있다. 양 바다의 해상 운송의 편의성을 위해 중남미에 파나마라는 국가를 세우고, 운하마저 뚫어버렸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전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과 에너지의 수입 없이 스스로 생존이 가능한 단 하나의 국가이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 현대사의 굵직한 세력 대결에서 연달아 승리함으로써 전 세계의 대륙에 그들의 군 사령부를 설치했다. 이는 곧 전 세계의 바다를 통행할 수 있고 전 대륙의 주요 거점이 미국의 작전 관할이라는 뜻이다.

 과거로 돌아가 보자. 그들의 조상은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헐값에 구매했고, 멕시코와의 영토분쟁에서 승리하여 텍사스를 공짜로 먹었으며 시베리아로부터는 알래스카를 헐값에 매입했다.

 이러한 혜안과 과감한 영토확장이 지금의 초 강대국 미국을 만들었다. 전쟁/정복 활동을 통해 억지로 복속시킨 영토가 아니라(물론 인디언과의 전쟁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돈을 주고(투자를 통해) 영유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추후 독립이나 내전과 같은 이슈가 없다는 점도 강점일 것이다. 이는 신장 위구르, 티베트, 대만을 보며 전전긍긍하는 중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큰 강점이다.

 중국 얘기가 나온 김에 중국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경제로만 보면 중국이 미국에 견줄 만큼 성장하였으나, 군사력과 전략적, 지리적 측면에서는 미국에 수십 년은 뒤쳐져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미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중국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21세기 역사는 아시아/태평양. 즉 아태지역의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패권 다툼의 상황에서, 미국은 크렘린 궁 혹은 베이징에 서는 게 아니라 워싱턴 편에 서는 것이 최선의 이익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도전이 닥칠 때마다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면, 동맹국의 신뢰는 떨어지고 진영을 갈아타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베트남에서의 철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소극적 대응 등이다.

 미국이 쇠락할 것이라는 예측은 한결같은 유행이다. 하지만 이 예측은 한결같이 빗나가고 있다. 지구 상에서 가장 강대한 이 국가는 셰일 기술을 통해 에너지 자급자족마저 이루어냈다.

 심지어 미국의 인구 구조는 유럽이나 일본, 우리나라처럼 고령화된 인구 구조도 아니다. 그리고 아직 전 세계인들이 선망하고 있는 국가다. 2013년 갤럽 구조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25%가 가장 이민 가고 싶은 국가로 미국을 꼽았다.

 같은 해 상하이 대학은 전문가들이 뽑은 세계 최고의 대학 20개를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17개 대학이 미국에 있다.


 세상의 전부가 중국이던 조선 중기, 광해군은 저물어가는 해인 명나라와 새로 떠오르는 해인 청나라 사이에서 실리 외교를 펼친다. 그리하여 청나라와의 우호관계도 이끌어내고 명나라와의 관계도 큰 파국 없이 무탈히 국정을 이끌어 나간다.

 광해군이 반정으로 축출되고 왕위에 오른 인조는 사대의 예를 내세워 청나를 배척하고 명나라 편을 든다. 그 결과는 명나라의 멸망과 삼궤구고두례. 왕이 얼음 바닥에서 오랑캐 왕에게 뚝배기가 깨질 정도로 절을 하는 사태였다.

 역사의 평가는 다양하기에 맹목적으로 광해군이 잘했고 인조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광해군 때는 적어도 외부 세력의 침입으로 인해 우리 백성들이 도륙되는 사태는 없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고 인구가 많은 편도 아니며 지정학적 위치 또한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 말인즉슨 곧 외교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의 외교 난이도는 말 그대로 극악이 아닌가 싶다. 미-중 패권경쟁의 상황에서 우리는 선택을 잘해야 한다.

 전통적인 우방국이자, 아무리 한물갔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도 결코 부인할 수 없이 현시점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경제적으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편에 서되 중국의 보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리 외교를 잘 펼쳐야 할 것이다. 물론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