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매버릭 - OTT 시대에 아직 극장이 필요한 이유
태어나 단 한번도 나에게 극장에 가자고 말한 적이 없으신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탑건이라는 영화를 청년 시절 재밌게 보았는데, 그 후속작이 개봉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탑건에 대한 관심은 없었고, 인터넷에서 톰 크루즈 리즈시절 짤 정도로만 봤던 영화로 기억한다.
탑건:매버릭의 인기가 상당했다. 나는 이래저래 타이밍이 맞지 않아 후에 개봉한 한산을 먼저 보게 되었고, 그렇게 탑건 매버릭은 못 보고 넘어가나 싶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하도 칭찬하고 적극 추천하는 통에 넷플릭스를 통해 1987년에 개봉한 탑건을 보고, 영화관에서 탑건:매버릭을 보게 되었다.
영화 초반 이런 대사가 있다. "무인 드론의 시대가 왔고, 이제 전투기 조종사의 시대는 갔다. 높은 하늘에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일만 하던 놈들이 미션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냐?" 라는 뉘앙스의 대사였다. 그리고 매버릭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전투기 조종사는 아직 필요하다는 것을 결과로 입증해낸다.
톰 크루즈는 영화계에서 40년이 넘게 탄탄한 필모그래피와 명성을 쌓았고, 그 결과 칸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일종의 공로상이라고 한다. 할리우드에 톰 크루즈가 쌓아온 명성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이다. 매버릭은 OTT의 시대에 탑건을 통해 왜 아직 영화관이 있어야 하는지를 입증해낸다.
영화는 기본적인 서사를 따라간다. 주인공이 작전에 투입되고, 새로운 등장인물을 만나고, 갈등이 생기고, 해결하고, 미션을 성공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히어로 영화의 전형적 서사라고 볼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에 군더더기가 없어 몰입할 수 있다. 전작을 보지 않은 관객에게도 기본적인 내용을 부연설명해주어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였고, 전작을 본 관객들에겐 중간중간 선물같은 요소를 숨겨 두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1탄을 보고 관람한 사람으로서 영화의 오프닝, 술집 시퀀스, F14, 엔딩과 같이 전작을 떠오르게 하는 요소가 등장할때마다 너무 좋았다. 성공하는 헐리우드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한 스토리지만 간결하고, 몰입을 해치는 요소가 없다는 점, 쓸데없이 낭비되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좋은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을 "여운"으로 삼고 있다. 여운이 얼마나 오래가느냐가 좋은 영화를 판가름 하는 기준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전투기에 상당히 많은 관심이 생겼다. 꼭 전투기 조종사가 아니라도, 영화나 대중매체에서 표현되는 직업. 이를테면 경찰이나 소방관, 군인, 운동선수와 같은 직업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현실과 영화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오랫만에 단점이 느껴지지 않는 완전체 영화를 보았다. 일반관에서 처음으로 관람하고, 바로 4DX를 예매하여 2회차를 관람했다. 영화 티켓 한장이 1인당 1.5만원~2.0만원 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그에 반해 OTT 서비스는 한달 구독료가 2만원을 넘지 않는다. 말 그대로 OTT에서 월에 영화 한편만 봐도 손해보지 않는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OTT를 켜놓고 볼게 없어서 한참이나 리모컨을 만지작대다 그냥 끈 적이 많았다. OTT와 영화관은 분명히 다른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산업이 사양산업이라 CJ도 CGV를 매각하려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영화관이 사양산업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영화관이 너무 좋다. 그래서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적도 있었다. 영화관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친구, 연인, 가족들과 행복한 여가를 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달콤한 향기는 덤이다.
최근 한 국내 영화는 흥행감독에, 흥행배우에, 적당한 스토리에, 적당한 그래픽, 한국판 어벤져스라는 믿기지 않는 홍보 문구를 가지고 와 여름 텐트폴 영화를 개봉시켰지만 처참하게 망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이것이 지금 한국의 영화 제작사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고 본다. 영화관의 시대가 한물 갔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탑건:매버릭의 사례를 보면 영화관의 존재 가치는 아직 충분히 있다. 영화 티켓이 비싸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 개봉한다면 관객들은 언제든지 극장으로 돌아올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