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알아보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80년대 후반에 대한민국에 태어난 나는 상당히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1920년대 한국에 태어났어봐, 청년 시절에 태평양 전쟁과 6.25 전쟁을 온몸으로 버텨냈어야 했을거다. 같은 시기 러시아에서 태어났다면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에서 죽었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겠지.
이렇듯 비록 아직 전쟁중인 국가에 살고 있지만 전쟁은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다. 중동에서 일어나는 내전들도 솔직히 말해서 별 관심이 없다보니 먼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게 사실이다(사실 먼나라 이야기인건 맞다). 근데 지금 세계를 양분하고 있는 세력권 중 하나인 러시아가 이웃 나라를 침공하니 마니 하는 소식은 확실히 나에게 좀 더 다가왔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메이저 국가니까.
현재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나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은 2021년 10월부터 러시아가 약 13만명의 군사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집결시켜 전 세계에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사건이다. 전쟁은 정치 갈등의 끝판왕이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긴 하다. 그렇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러시아 입장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리 말하지만 러시아를 편드는건 절대 아닙니다.
위 지도는 지형의 높낮이를 쉽게 판별할 수 있게 제작한 지도이다. 남유럽, 서유럽에 비해 아주 평탄하게 펼쳐진 북유럽의 대평원이 보이는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호남평야, 일본의 간토평야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러시아가 실제로 보유한 생산성 높은 영토는 죄다 우랄산맥 서쪽 유럽에 몰려있다. 우랄산맥 동쪽의 시베리아는 척박한 기후와 환경으로 생산성이 거의 없는 땅이다.
심지어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는 유럽쪽에서도 거의 국경에 가까이 붙어 있는 수준이라서 우크라이나가 어떤 편을 드냐에 따라 그들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수도가 국경에 붙어있고, 국경 너머 도전자들이 넘어올 방어선은 세상에서 가장 큰 평원으로 완전히 고속도로가 뚫려있다. 천연 장애물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전혀 없다.
이 와중에 러시아 코앞에 있는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을 선언해버렸다. 나토가 무엇이냐, 서유럽국가 북대서양조약 수행기구. 쉽게 말해서 냉전 시대 유라시아 대륙을 점령한 소비에트 연방의 반대편 세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비록 소련은 망했지만 얘들은 아직 살아있다.
타워 다 밀리고 미드가 뻥 뚫렸는데 그나마 국경을 커버해주던 같은 세력권인 국가가 상대편으로 넘어간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 정세에 빗대어 얘기해보자. 북한이 갑자기 체제 개방을 선언하고 자유세력에 합류한다고 하면 중국이 가만히 있을까? 반대로 대한민국이 사회주의 체제를 선언하고 북한주도 통일을 한다고 하면 미국과 일본이 가만히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도 이해가 가는데 수도도 국경 근처야, 국경 너머는 천연 장애물 하나 없는 뻥 뚫린 대평원이야,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 세계를 긴장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우크라이나를 서방 세력의 도전을 막아낼 최후의 보루로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부담이 매우 클 것이다. 사실 현 상황에서 가장 부담되는건 미국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먹는다고 한다. 정말 쌩 100% 강제 침략도 아니다. 실제로 아직 우크라이나 동부 사람들은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있고 러시아로의 합병을 원하는 세력도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편을 들어 군을 파병했다가는 제 3차 대전급의 강대강 충돌이 벌어질수도 있다. 반대로 몸을 사리느라 그저 말로만 엄중하게 바라보고 유감을 표한다 했다가는 대만이나 한국과 같이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동맹국들의 의심을 사게 될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제국의 무덤이라고 불리우는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지대에서 수 없이 많은 군인들의 희생을 통해 그들을 지켜주었다. 아프가니스탄은 감사하고 스스로 힘을 길러 국방력을 쌓아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고 결국 미군이 철수함과 동시에 탈레반에게 점령 당했고,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탈레반 치하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탄압을 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핵을 포기하는 대신에 NATO에 가입함으로서 서방 세계에 편입하려 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러시아와 확실히 맞서 이길 힘을 만들어 두었어야 했다. 가입 조건으로 미국이 지켜준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을 비롯한 그 어느 나라도 대신 피를 흘려주려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평화는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 군사합의와 같은 허울좋은 종이 쪼가리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종이 쪼가리는 언제든 찢어진다. 상대를 압도하고 찍어 누르며 침략 의지를 분쇄할 강한 힘만이 평화를 불러온다. 찐따가 일진한테 5대 맞고 빵셔틀을 했는데 '나는 참아냈어. 나는 그들을 때리지 않았고 10대 이상 맞지 않았어' 이게 평화냐? 이건 평화가 아니라 굴종이다.
얼마전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사태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등 최근에 지정학적 갈등이 터져 나오는 이슈가 유독 많은 것 같다. 이런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외교를 담당하는 정치 지도자들도 신중한 외교로 최대의 국익을 내리라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