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들

게임후기 -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디렉터스 컷

북북북북 2022. 1. 24. 22:30

전반적으로 게임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디렉터스 컷은 태어나서 가장 큰 돈(79,800원)을 주고 산 타이틀입니다. PS5를 구매하고 처음으로 구매한 타이틀이고 게임 인생 처음으로 실물 CD를 구입한 타이틀이죠. 그만큼 기대가 컸습니다. 특히 레드 데드 리뎀션2(이하 레데리2)에 너무 몰입해서 미친듯이 달렸고, 2주만에 눈물과 함께 엔딩을 맞이해서 콘솔게임 뽕에 완전 푹 빠져있던 시기에 질렀던 게임이죠.

 레데리2의 여운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어서 다음 게임은 누구나 인정하는 갓겜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게임이 고스트 오브 쓰시마 : 디렉터스 컷입니다. PS5 듀얼센스의 기능을 마음껏 느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구요.

 좋았던 부분도 있고 아쉬웠던 부분도 있습니다. 진짜 재밌는 게임은 미친듯이 플레이하면서도 "아 엔딩을 보는게 너무 아쉽다. 아껴하고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 고오쓰는 손이 안가고 "엔딩은 아직 멀었나..."를 반복하고 있더라구요. GOOD & BAD 둘 중 하나만 딱 고르라면 저는 BAD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개인적인 감상입니다).


 < GOOD POINT >

유려한 그래픽

 고스트 오브 쓰시마 리뷰를 하신 많은 게이머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내용입니다. 유려한 그래픽을 꼽을 수 있겠네요. 솔직히 제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레데리2 같이 약간 채도가 낮은 현실적인 그래픽을 좋아하는데 고오쓰는 너무 과한 느낌이었거든요. 특히 붉은 단풍과 노란 단풍이 있는 지역의 경우 새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너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양의 신비로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렇게 표현 한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높은 곳에 올라 필드를 내려다보면 보이는 경치는 장관이긴 합니다. 성향의 차이일 뿐이지 게임 그래픽 자체는 매우 훌륭해요. 이게 다 제가 직전 게임을 레데리2로 했기 때문입니다. 나쁜 레데리2

임팩트 넘치는 컷신

 초반 코모다 해변의 전투라던가, 중간에 몽골군 장수 목을 베어버리고 처음 맞이하게 되는 망령모드 등 게임 스토리 중간중간 굵직한 사건에 대한 컷신이 매우 임팩트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이 또한 일뽕에 심취한 양덕이 게임 개발에 참여한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토리상 중대 기점에서 나오는 컷씬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이야기꾼에게 전설 퀘스트(파란색 마커로 표시)를 받을때 나오는 먹물이 춤을 추듯이 나오면서 진행되는 컷씬도 인상 깊었고, 온천에 몸을 담그거나 자연을 바라보며 시를 짓는 등의 컷씬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스릴 넘치는 전투

 전투 액션이 와... 진짜 멋집니다. 전투의 흐름은 패링입니다. 막거나 쳐내고 -> 반격하고 중간 중간에 스킬을 섞어줍니다. 근데 이게 적의 종류에 따라 자세를 달리하고 모션 또한 달라지니 난이도도 제법 있고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망령처럼 잠입을 하거나, 사무라이처럼 당당하게 정면으로 치받아 승부를 볼 수도 있는데 어떤식으로 하든 액션 자체는 역동성이 넘칩니다.

 특히 자세같은 경우는 실제로 일본 무예중에 이런게 있나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나름 신선하더군요. 투척무기도 종류가 다양하고, 활도 종류를 다양하게 쓸 수 있어서 전투 내내 손가락이 쉴 틈이 없었습니다.


< BAD POINT >

너무나 지루한 반복

 고오쓰에서 빨리 손을 떼게 만든 가장 큰 단점입니다. 직전 게임인 레데리2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레데리2의 경우 메인퀘스트 서브퀘스트 할 것 없이 매우 다양합니다.

 퀘스트를 의뢰하는 사람들을 볼까요? 서커스단의 광대, 현직 시장, 동물 조련사, 인디언, 군인, 약초학자, 사냥꾼, 사채업자, 전설적인 총잡이, 사업가, 미친 과학자, 탈옥수, 밀주 제조업자, 보물 사냥꾼 등등 정말 다양합니다.

 그럼 수행하는 과제들을 볼까요? 도박, 말 경주, 잠입, 기름마차 훔치기, 적 세력 협박하여 서류 훔치기, 사냥하기, 양 떼 몰기, 전투, 피뢰침 꽂기, 술마시고 행패부리기(?), 범죄 전단지 제거 등등 정말 다양하죠. 반복된다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메인 스토리 또한 진행되며 갱 인원이 죽거나 추가되고, 거점이 바뀌고, 게이머의 행동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등 정말 실제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갱 인원들의 요청을 들어주고, 그게 아니라도 갱 인원들과 인사하고 같이 밥을 먹고 노래를 부르며 실제 인간관계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죠.

 하지만 고오쓰의 미션, 특히 서브 퀘스트는 제가 생각하기에 항상 같았습니다. "소문을 듣는다 -> 간다 -> 발자국을 추적한다 -> 적 세력을 만난다 -> 싸운다 -> 보상을 받는다" 퀘스트를 주는 사람들도 대부분 똑같이 생긴 농민이고 대사도 비슷비슷하죠.

 이시카와 선생, 유나, 노리오, 마사코 등등 개별 인물들의 서브 스토리가 깊이가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기억에 남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등장인물 하나 당 서브 퀘스트를 9~10개씩 넣어놓아서 메인퀘스트 부터 해야 할지 서브퀘스트부터 해야 할지 헷갈렸구요. 서브 퀘스트 9개를 한 흐름으로 쭉 클리어 하고 나면 메인 퀘 내용이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메인 퀘스트를 쭉 밀다가 다시 서브 퀘스트로 돌아가면 서브 퀘스트의 내용이 희미해지는 경우도 있었구요.

 등장인물과 관계가 없는 서브퀘스트들은 3장 이후부터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장점으로 언급했던 전투와 보스전 또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 없이 단순히 적의 체력과 공격력만 높아지는 형태라 나중에 가면 지루했습니다.

 여우굴이나 온천, 대나무 훈련장 같은 수집 요소들 또한 너무 같은 형태라서 초장에 포기해버렸구요. 마블 스파이더맨이 배낭을 모으는 단순 수집요소가 있었는데, 단순 수집요소지만 그걸 주으러 웹 스윙을 하는 재미도 있었고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치로 구성함으로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오쓰의 수집 요소는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몰입감과 임팩트가 부족한 아쉬운 연출

 스토리의 큰 틀은 사카이 진이 사무라이의 긍지를 버리고 망령으로 활동하며 몽골군으로부터 쓰시마 섬을 구원하는 내용입니다. 이 와중에서 이시카와 선생, 유나, 노리오, 마사코 등의 인물들과 규합하게 되죠.

 스토리의 다른 부분들은 각설하고 저는 막바지 코툰칸을 물리치는 전투에서 정말 너무 실망했습니다. 이 부분이 나름 게임의 하이라이트인데요. 레데리2를 보면 후반부 미션에서 아서를 따르는 갱 단원들이 더치에게서 벗어나 일렬로 말을 타고 달리며 전투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의 어셈블 장면이 있죠. 이런 하이라이트의 덕목은 바로 카타르시스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동료들은 단순한 NPC가 아니라 서로 의지하고 각자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전우가 되어야 했습니다. 갈등과 고난 끝에 쓰시마를 위해 원팀을 이루어 마지막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연출이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코툰 칸을 잡는 미션은 그간의 미션에 그냥 멋진 컷씬이 추가 된 무쌍 미션에 불과했고 이 과정에서 동료들의 역할은 잡졸들의 피를 깎는 것 외에는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철저히 상상속의 이야기죠. 역사에 기록된 바가 전혀 없습니다. "코모다 해변에서 사무라이 80여명이 몽골군과 맞서 싸웠으나 5시간만에 전멸했다" / "쓰시마에 몽골군이 쳐들어왔으나 태풍으로 인해 원정이 실패했다" 라는 무미건조한 기록이 끝입니다.

 마지막에 다가갈수록 사카이 진과 유나가 계속 태풍 타령을 하길래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과연 실제 역사에 기록된 쓰시마를 구원하는 태풍을 얼마나 임팩트있게 연출할까? 태풍과 함께 쇼군, 그리고 시무라공의 증원군이 와서 3가지 세력이 규합된 최후의 대규모 전투가 있지 않을까? 매우 기대했건만 정말 아쉬웠습니다.

몰입에 방해가 되는 엉성한 모션

 게임 특성 상 NPC와 말을 타고 달리며 대화를 나누는 모션이 많습니다. "여기서부턴 말에서 내려서 걸어가도록 하지"라고 하면, NPC와 주인공이 0.1초의 차이도 없이 정확히 같은 타이밍에 같은 모션으로 말에서 내립니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너무 허접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NPC와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가다가 L3를 눌러서 속도를 높여도 "두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처럼 0.1초의 차이도 없이 정확히 같은 타이밍에 박차를 가하고 달려 나갑니다. 전투 모션에 너무 공을 들인 걸까요? 이동 과정에 있어 이런 사소한 디테일들이 아쉬웠습니다.

 자꾸 레데리2와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레데리2는 실제 살아있는 말의 몸에 모션캡쳐를 따서 말의 움직임을 구현했다고 해요. 말을 타고 이동하는게 대부분인 게임에서 말의 모션이 허접하니 몰입도가 영 떨어졌습니다. 이는 물론 전에 플레이했던 게임이 너무 갓겜이라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어쩌다보니 부정적인 평가가 가득한 글이 되어버렸네요. 게임이 그렇게 허접하지는 않습니다. PS4 PRO의 황혼기를 대표할 독점작이고 퀄리티도 충분히 좋습니다. 다른 리뷰어분들이 장점으로 많이들 이야기하시는 전투씬의 퀄리티도 압도적이구요. 하지만 본문에서 얘기했듯이 "직전에 했던 게임이 너무 갓겜"이다보니 상대적으로 빛을 못 본것 같네요.

 게임 자체는 좋으나, 기대가 너무 커서 저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