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재택 근무를 하고 느낀 점(장점&단점)
지금이야 코로나가 거의 일상 깊숙히 들어왔고 풍토병 같은 느낌이 되었지만 작년 이맘때만해도 하루 확진자를 매일매일 체크하고 호들갑 떠는 케이스가 흔했습니다. 어디 마트나 백화점, 교습소 등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그곳이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마녀사냥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죠. 경험해본적 없는 팬데믹에 모두가 혼란스러웠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에 대한 공포감이 컸습니다.
그 공포감으로 인해, 기업들은 뜻하지 않게 재택 근무를 반 강제적으로 시행하게 됩니다. 우리 회사도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참고로 우리 회사는 일전에 자율근무를 한번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흐지부지 된 이후로 모두가 사무실에서 9-6를 준수하며 근무중이었습니다.
회사 자체가 약간 보수적인 편이라서 재택근무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20년 12월, 갑작스럽게 재택근무 령(?)이 떨어져서, 점심을 먹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기존에도 슬랙이라는 협업 툴을 이용해 왔었으나, 거기에 추가로 먼데이닷컴이라는 협업 툴 또한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솔직히 1년간 풀로 재택근무를 하지는 않았고 월 1회 출근, 주 1회 출근, 주 3회 출근... 이런 과정들을 거쳐 지금은 주 1회 정도만 집에서 근무합니다. 그래도 초반 2020년 12월부터 2021년 6월 정도까지, 집에서 근무하는 날이 더 많았던 시절의 경험을 되살려 보겠습니다.
우선 장점부터 알아 보겠습니다. 장점과 단점, 굵직한거 3개 정도만 예시를 들어볼게요.
시간 활용도
재택근무 장점의 알파이자 오메가, 모든 단점을 다 합쳐도 이 장점에 비빌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저희 집은 회사에서 3km 거리입니다. 물론 최근에 이사를 해서 지금은 6km 거리지만, 어쨌든 상당히 가까운 편입니다. 가깝다고는 하나 지옥과도 같은 교통체증을 뚫고 가야 해서(들어는 봤나? 부산 연산교차로) 출퇴근 소요에 거의 40분이 걸렸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아침에 3km 조깅을 하는데 18분 남짓 걸리는데, 버스타고 가는데 40분이라니. 아무튼 이런 출퇴근 간 길에서 버리는 시간들이 사라지면서, 내 삶에서 이 시간들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순수히 길에서 버리는 시간 뿐만 아니라 아침에 씻고 준비하는 시간, 옷을 뭐 입을지 고민하는 시간, 버스 기다리는 시간, 퇴근 시간 후 사무실에서 15분~20분 정도 앉아서 눈치보는 시간. 이런 시간들이 합쳐지면 정말 엄청 납니다.
지금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18시에 업무를 끝내고,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싹 하고, 저녁 식사를 챙겨먹고, TV를 보다가 피곤해서 깜빡 졸고 일어났는데 19시인 그 기분. 출근을 했다면 퇴근길 전쟁을 뚫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19시일텐데 말이죠.
정말 하루가 끝내주게 깁니다. 9시까지 작은방에 가서 컴퓨터를 켜고 사내 메신저에 접속하면 되니, 8시 50분까지 잠을 자도 됩니다. 물론 그렇게 잠을 자지는 않았고, 아침에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재택 근무 후 저녁에는 집안일이나 게임 등을 했습니다.
삶의 질 향상
맞벌이 부부의 숙명이죠. 집안일 배분. 둘 다 일하고 집에 오면 정말 피곤합니다. 밥 차려 먹기도 귀찮고 빨래 돌리고 청소하기도 너무 귀찮죠. 근데 두 사람중 한명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 상대적으로 시간이 널널해지니 부부 전체의 삶의 질이 올라갑니다. 한 사람이 전담해서 집안일을 하고 주말에 대청소 정도만 같이 하게 되는거죠.
전업주부는 아니었지만, 집에 전업주부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시기였습니다. 물론 집안일 뿐만이 아니라, 하다못해 세탁소에 옷감을 맡기거나 되찾아 오는 사소한 잡일 또한 무시 못합니다. 그런 일들을 재택 근무자가 도맡아주니 밖에서 일하는 사람은 귀가하면 편히 쉬기만 하면 되서 정말 좋았죠.
저희는 뭐 자주 다투거나 하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지만 저땐 정말 평화와 웃음이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깨끗히 정리된 집은 기본이고, 부지런하게 반찬도 다양하게 해서 먹었었네요.
사이드 잡
요새 부캐는 기본이고 부업을 하지 않는 직장인들이 없다고들 하죠. 이 티스토리도 부업이구요. 물론 아직 수익은 없지만^^; 저 같이 마케팅 직종에 종사하고, 노트북 한대만 있으면 스마트스토어 판매 대행이나 블로그와 같은 부업을 진행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재택 근무가 부업을 시작할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시간이 많이 남는다고 했죠? 저는 너무 널널했던 아침 시간을 운동하는데 사용했지만, 출근 전 두시간 정도를 부업에 꾸준히 활용했으면 지금쯤 조금씩이나마 수익을 얻고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저같이 보통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직장인들도 집에와서 밥먹고 집안일하면 쉬고싶고 힘든데,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시거나 야근이 잦은 직장인들은 오죽할까요.
그럼 이제 단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단점에 비해서는 장점이 압도적이긴 합니다.
심리적 불안함
집에서 일을 하는 경우,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는 게을러지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면 기계인걸로... 특히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관리자급들은 사무실 출근하고, 아래 실무자들만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집에서 일하는 내내 좀 불안했습니다.
사무실에 있으면 그냥 멍 때리면서 앉아 있어도 일하는줄 알지만, 집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티가 나지 않으면 노는지 일하는지 알수가 없으니까요. 평소보다 더 공개 채널에 업무를 어필하려고 하고, 놓치는 부분이 없는지 더욱 더 전전긍긍 했던 것 같습니다.
인프라의 한계
저야 살던 집에 책상도 있었고 듀얼 모니터도 있어서 크게 불편하진 않았습니다만, 원룸에서 자취를 하는 어린 친구들은 처음에 많이 힘들어하더군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출퇴근을 하지 싶은데 책상과 데스크탑을 덥썩 사기도 부담스럽고, 작은 탁상에서 노트북으로 근무하는게 많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광고/마케팅 특성상 포토샵 작업을 할 일이 많은 직원들이 노트북이 느려서 불편하다고 매우 투덜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하루 세끼를 온전히 집에서 해결해야 하다보니 점심값 & 간식값, 한 여름에는 냉방으로 인한 전기세, 겨울철 난방비 나가는것도 은근히 무시 못합니다.
회의를 해야 할 경우 다양한 툴로 화상회의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직접 앉아서 논의하는 대면 미팅에 비해서는 그 퀄리티가 현명하게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인적 네트워크
재택 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기업에서, 승진자들을 분석해본 결과 사무실 근무 비중이 높은 사람들이 승진할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설프게나마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고 한번이라도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 같네요.
회사라는것도 결국 사람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업무능력과 성과, 그 성과를 어필하는 재주로 일목 요연하게 행동하는 것도 좋지만 같은 공간에서 인사를 나누고 지지고 볶으면서 생기는 인적 네트워크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재택 근무의 경우 이러한 인적 스킨십(?)을 전혀 진행할 수 없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커리어 상에서의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재택 근무를 1년 정도 하며 느낀점들에 대해 적어봤는데, 장점3 단점3이라 간단히 끝날 줄 알았건만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내용도 길어졌네요.
이제는 재택 근무로 전환한 기업들도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는 분위기라 시의성이 맞는 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보수적인 한국 기업 문화에서 중소기업 재직자가 1년간 재택근무를 해본 경험은 흔치 않다고 생각해서 글로 정리하고 싶어서 남깁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