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말 회고록 : 생산적인 주말을 보내보자
나는 우주최강 집돌이다. 집에 있으면 HP가 충전되고, 뭘 하든 밖에 있으면 HP가 깎이는 사람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10시쯤 일어나 11시에 아점을 먹고 다시 잔다. 그리고 오후 5시에 일어난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곰처럼 낮잠을 6시간 잔다. 6시에 저녁을 먹고 11시까지 뒹굴뒹굴 쉰다(거창한 일을 하지 않고 유튜브 보고, 웹툰보고 뒹굴거린다). 결혼 전까진 그렇게 행복한(?) 쉬는 날을 보내왔다.
결혼을 했는데, 나의 동반자는 집순이가 아니다. 집에 있으면 HP가 깎이고, 집을 나서면 HP가 충전된다. 주말이면 반드시 봉사활동을 가고, 산책을 가고 친구를 만난다. 결혼 초반 두달 정도는 공휴일에 나의 휴식 방식대로 그냥 널브러져 쉬었다. 두달 정도가 지나니 아내가 나를 아련한 눈길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결혼생활은 서로 다르게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서로에게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했던가. 초반에는 귀찮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지만, 조금씩 주말 행동 패턴을 바꿔 나갔다. 평일에만 하던 아침 조깅을 주말에도 시작했고, 봉사활동을 가는 아내를 자가용으로 데려다 주었다. 거리가 가까우면 데려다주고 집에서 쉬다가 다시 태우러 갔지만, 거리가 멀 경우 노트북을 챙겨 봉사활동 하는 곳 근처 카페로 갔다.
집에서 드러누워 자는것보다는 일단 나가는게 훨씬 생산적인 활동이 가능했다. 부동산 어플을 켜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스스로 부동산 탐구를 했고 최근 가장 큰 관심사인 스마트스토어 창업 카페에 들어가서 눈팅을 한다. 브런치와 티스토리에 글도 쓴다. 잠을 자는것보단 미약하게나마 내 머리속에 지식이 쌓이고 추억이 형성되며 채널에 경쟁력이 쌓여가는 길을 선택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주말 아침에 나가보면 그간의 나와 다르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평일에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당장 지금 앉아있는 카페를 둘러봐도 정장을 입고 아이패드를 켜서 고객들에게 보험상품을 열심히 설명하는 담당자가 있고, 두꺼운 전공책 혹은 자격증 책을 들여다보며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
주말에는 뭐니뭐니해도 잠을 자야 충전된다고 믿었던 나의 신념은 착각이었다는 생각이 조금씩 확신이 되어 간다. 물론 대한민국의 2천만 집돌이, 집순이들에 대한 충고는 절대 네버 아니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려 노력하고, 그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을 뿐, 나는 아직 집돌이다. 아내의 등쌀이 없으면 언제 다시 낮잠을 6시간씩 자는 곰으로 돌아갈지 모른다. 그리고 주말 활동러가 집돌이보다 우월하다는 말은 궤변이다. 시간을 활용하는 스타일이 다를 뿐.
주말 활동을 하지 않으면 불편할 정도의 모멘텀이 생길때까지 아내와 함께 부지런히 돌아다녀보려고 한다. 다음주는 동래읍성 임진왜란 역사관을 둘러보고,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을 계획이다.